[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 국무부가 25일을 전후해 전 세계 미국 대사관·영사관의 비자 인터뷰 예약을 잇달아 재조정하고 나섰다. 이미 인터뷰가 잡혀 있던 신청자들에게 “예약이 취소되고 추후 재조정될 것”이라는 통보 메일이 발송되면서, 미국 이민·유학·취업을 준비하던 전 세계 신청자들 사이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8월 초부터 전 세계 모든 공관에서 영사 담당관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이 심층 교육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비자 서비스 예약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이번 교육의 목적이 신청자에 대한 평가를 ‘포괄적이고 일관되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의 핵심 내용은 이른바 ‘공적부조(public charge)’ 심사다. 이는 비자 신청자가 미국 입국 후 공적 지원, 즉 정부의 복지·급여 제도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이 기준에 해당하면 이민법상 입국 부적격 사유가 될 수 있다.
현재 우선적으로 재조정 대상이 된 것은 이민 비자(영주권 목적) 인터뷰다. 국무부는 각 공관에 담당관들이 교육을 마칠 때까지 이민 비자 인터뷰 일정을 재조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학(F-1)·교환방문(J-1)·취업(H-1B) 등 비이민 비자의 경우, 공관에서 별도의 취소 통보를 보내지 않는 한 예정된 인터뷰를 그대로 준비하면 된다는 게 국무부 설명이다. 다만 이미 유효하게 발급된 비자는 이번 중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국무부는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안에 비자 갱신이나 첫 인터뷰를 계획했던 신청자들은 일정에 여유를 두고 이메일 통지를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조치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꼽히는 나라 중 하나가 인도다. 인도는 매년 수십만 명의 유학생·전문인력·여행객이 미국 비자를 신청하는 세계 최대 비자 신청국 중 하나로, 이번 예약 재조정으로 인터뷰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지 언론을 통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강화 움직임은 이번 인터뷰 중단에 그치지 않는다. AP통신이 입수한 문서와 정부 관계자 발언에 따르면, 국무부는 2016년부터 2026년 사이 발급된 방문(관광·상용)비자 가운데, 이후 미국에서 망명을 신청한 이력이 있는 최대 20만 건의 비자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치가 시행되더라도 즉각적인 추방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해당자의 체류 신분이 바뀌고 기존에 갖고 있던 상용·관광 비자상의 지위는 사라지게 된다.
공교롭게도 이번 인터뷰 중단 발표 직전인 지난 21일에는 국무부의 또 다른 이민 강경책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뉴욕 연방지방법원의 지넷 바르가스 판사는 아프가니스탄·이란·러시아·소말리아 등 75개국 국민에 대한 이민 비자 처리를 중단시킨 국무부 정책을 무효화했다. 이 정책은 지난 1월 국무부가 도입한 것으로, 국무부는 해당 75개국 출신 가구의 30% 이상이 미국에서 공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경제자문위원회 자료를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바르가스 판사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민국적법(INA)상 권한을 넘어서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자격을 갖춘 신청자의 비자까지 거부하도록 했다고 판단하고, 이 정책이 법에 반하며 장관의 법정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정책이 영사 담당관에게 비자 결정의 최종 권한을 부여한 의회의 취지를 훼손한다고도 지적했다.
국무부는 이 판결에 대해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행정부가 비자 신청자에 대한 최고 수준의 심사와 검증 기준을 지켜 미국民을 보호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전문가들 “여유 있게 준비하고 통지 계속 확인해야”
이번 인터뷰 예약 중단은 지난해 이후 이어지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이민 단속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정부는 그간 불법 이민 단속을 넘어 합법적 이민 경로에 대해서도 비자·영주권 취소, 각종 사유에 따른 신청 거부, 특정 취업비자 수수료 인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규제를 강화해왔다.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신청자들에게 되돌릴 수 없는 여행 계획을 세우기 전에 인터뷰 일정이 재확정됐는지부터 확인하고, 긴급한 마감이 있거나 이민 이력이 복잡한 경우에는 자격을 갖춘 이민 전문 변호사와 상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