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2027년 1월부터 미국 전역의 메디케이드 확대 가입자에게 월 80시간의 “지역사회 참여”(근로·교육·봉사) 요건이 전국 기준으로 적용된다. 이미 자체 근로요건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조지아주는 최근 몇 주 사이 이 새 연방 규칙에 맞춰 기존 Pathways to Coverage 제도를 손보는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그 과정에서 예외 대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주정부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연방정부에 매칭 비율 상향을 다시 요청하고 나서면서 논쟁이 커지고 있다.
연방 차원의 변화: 어디서 시작됐나
이번 근로요건 전국화는 2025년 통과된 감세·지출 삭감 패키지(H.R.1, 이른바 ‘원 빅 뷰티풀 빌’ 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법은 메디케이드 확대 가입자에 대해 근로 보고 요건을 의무화하도록 각 주에 지시했고, 이에 따라 연방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는 2026년 6월 1일 ‘지역사회 참여 요건’에 관한 잠정 최종규칙(Interim Final Rule, CMS-2454-IFC)을 발표했다. 이 규칙은 6월 3일 연방관보에 게재됐다.
규칙 적용 대상은 19~64세의 비임신 성인 중 메디케어에 가입하지 않았고, 메디케이드 확대 그룹 또는 최소 필수급여를 제공하는 특정 1115 시범사업에 해당하는 가입자다. 현재 이 조건에 해당하는 주는 43개 주와 워싱턴 D.C.로, 해당 주들은 늦어도 2027년 1월 1일까지 이 요건을 시행해야 한다. 일부 주(네브래스카 등)는 이미 조기 시행에 들어갔다.
가입자는 매달 근로, 특정 근로 프로그램 참여, 지역사회 봉사 중 하나로 80시간을 채우거나, 고등교육기관 또는 직업기술교육 과정에 최소 반 시간제 이상으로 등록하는 방식으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여러 활동을 조합해 80시간을 채우는 것도 가능하며, 월 소득이 연방 최저임금 기준 80시간분(2026년 기준 월 580달러) 이상이면 이를 통해서도 요건 충족을 인정받는다. 계절노동자에게는 별도 산정 방식이 적용된다.
조지아, Pathways를 연방 기준에 맞춰 손질하기 시작
조지아는 이미 2023년 7월부터 ‘Pathways to Coverage’라는 이름의 부분적 메디케이드 확대 프로그램을 통해 근로요건을 운영해 온 유일한 주다. 다만 기존 예외 대상(6세 미만 자녀 돌봄 부모 등)이나 보고 주기(연 1회)가 새 연방 규칙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 조지아 보건부(DCH)는 지난 7월 9일 관련 주계획 변경(State Plan Amendment) 공고를 냈고, 이어 8월 13일에는 Pathways 1115 시범사업 자체를 연방 기준에 맞춰 개정하는 공고를 추가로 발표했다.
8월 13일 이사회: HIV 예외 조항 놓고 진통 끝에 확대
조지아 보건위원회(Board of Community Health)는 8월 13일(목) 회의를 열어 근로요건 면제 대상이 되는 ‘의료상 취약’ 질환 목록을 표결에 부쳤다. 이 목록에는 애초 HIV가 빠져 있었는데, 이는 지난 7월 28일 옹호단체들의 문제 제기로 이어진 바 있다. CMS의 6월 연방관보 지침은 암, 말기 신부전, 겸상적혈구병과 함께 HIV/에이즈를 주가 예외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질환의 예시로 명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목록을 수정해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악성 종양을 동반한 HIV 환자는 자동으로 근로요건이 면제되며, 일반적인(무증상) HIV 감염자와 상대적으로 드문 HIV-2형 감염자는 사안별 심사를 거쳐 면제 여부가 결정된다. 조지아는 미국에서 신규 HIV 감염률이 가장 높은 주로, 2024년 한 해에만 약 2,400건의 신규 진단이 나왔다.
예외 대상 확대 → 가입자 10만 명 증가 전망 → “재정 감당 못 한다”
문제는 예외 대상이 늘어나면서 파생됐다. DCH는 새로운 연방 기준에 따라 예외 범위를 넓히면 Pathways 가입자가 약 10만 명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Pathways 가입자는 약 2만 명 수준으로(당초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규모였다가 점진적으로 늘어난 결과다), 이 추산이 맞다면 가입자 규모가 5배 이상 커지는 셈이다.
이에 보건위원회는 같은 8월 13일 회의에서 연방정부에 조지아의 메디케이드 매칭 비율을 현재 약 67%에서, 완전한 메디케이드 확대를 시행한 주에 적용되는 90%로 올려달라고 재차 요청하기로 했다. DCH 의료지원계획국의 스튜어트 포트먼 국장은 회의에서 연방정부가 조지아 시범사업의 운영·재정 여건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만큼, 그에 상응하는 강화된 매칭을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주정부는 공고문에서 추가 연방 재원 없이는 확대된 범위를 감당할 재정 여력이 없다고 밝히며, 그렇지 않으면 지역사회 참여 요건의 기반이 되는 프로그램 자체의 장기 존속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켐프 주지사실 대변인 애널리스 모닝은 이번 매칭 비율 상향 요청이 “메디케이드 확대가 아니다”라며, 어디까지나 기존 Pathways 프로그램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선을 그었다.
Pathways의 성적표: 저조한 가입, 높은 행정비용
조지아 Pathways는 출범 당시 미국에서 신규 메디케이드 가입자에게 근로요건(또는 이에 준하는 활동)을 의무화한 유일한 주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실제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져 왔다. 초기 가입자 수는 주정부의 당초 전망(수만 명 규모)에 크게 못 미쳤고, 2025년 9월 발표된 미 회계감사원(GAO) 보고서는 2025년 4월 기준 프로그램이 의료급여 지출(약 2,610만 달러)보다 많은 행정비용(약 5,420만 달러)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 발표 직후 CMS는 Pathways를 2026년 12월 31일까지 임시 연장·개정하는 방안을 승인했으며, 당시 매달 하던 활동 보고를 연 1회로 완화하고 여러 활동 인정 범위를 넓히는 등 절차 개선이 함께 이뤄졌다.
이 임시 연장이 만료되는 12월 31일을 앞두고, 조지아는 프로그램을 2030년까지 연장해달라는 신청을 이미 제출해 연방정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다른 주는 어떤가: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우
같은 연방 규칙이 적용되지만 파급 양상은 주마다 다르다. 대표적으로 노스캐롤라이나는 조지아와 정반대 구도에 놓여 있다. 조지아가 소규모 부분 확대 프로그램(Pathways)을 연방 기준에 맞춰 넓히는 상황이라면, 노스캐롤라이나는 2023년 말 시행한 완전한 메디케이드 확대로 새로 자격을 얻은 75만 명 이상에게 근로요건을 처음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스캐롤라이나 보건부는 연방 지침을 거의 1년간 기다렸는데, 지난 6월 나온 CMS 잠정 최종규칙은 예상보다 까다로웠다. 특히 ‘의료상 취약’ 예외는 단순 진단명이 아니라 해당 질환이 실제로 근로·활동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인정되도록 규정돼, 주정부는 시행 계획을 다시 짜야 했다. 게다가 노스캐롤라이나는 자격 심사를 카운티 단위에서 처리하는 구조라, 이미 관련 직책의 약 10%가 공석인 지역 사회복지 부서에 실무 부담이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노스캐롤라이나는 자체적으로 더 엄격한 규정까지 얹었다. 대부분 주는 2027년까지 ‘의료상 취약’ 여부를 본인 진술만으로 인정해주지만, 노스캐롤라이나는 유타와 함께 이를 금지한 두 주 중 하나다. 조시 스타인 주지사가 지난 4월 서명한 하원법안 696호는 본인 진술만으로는 증빙이 안 되도록 못박았고, 신청 전 3개월간 소급으로 요건 충족을 입증하도록 요구한다.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요건 시행으로 확대 가입자의 약 38%에 해당하는 25만 5,000명이 보장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음 절차와 주민이 준비할 것
이번 개정은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새 연방 근로요건을 조지아 메디케이드 전반에 반영하는 주계획 변경(7월 9일 공고)이고, 다른 하나는 Pathways 시범사업 자체의 소득·매칭·예외 조항을 손보는 1115 시범사업 개정(8월 13일 공고)이다. 두 절차 모두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며, 최종 주 시행안과 개인별 통지가 나와야 실제 적용 여부가 결정된다.
주민 의견 수렴 절차도 진행 중이다. Pathways 1115 개정안에 대한 서면 의견은 9월 14일까지 접수되며, 8월 19일 오전 11시에는 화상 공청회가, 8월 24일 낮 12시 30분에는 DCH 이사회실에서 대면 공청회가 각각 예정돼 있다. 앞서 GHF 등 옹호단체들은 DCH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건강상 예외 인정 기준의 불명확성, 보험 상실 위험이 있는 가입자에 대한 통지 계획 부재 등을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연방 잠정규칙은 각 주가 늦어도 2026년 10월 1일 무렵부터 대상자 안내를 시작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기존 Pathways 가입자나 신규 신청 예정자는 조지아 게이트웨이(Georgia Gateway)에 등록된 주소·전화번호와 서류 상태를 최신으로 유지하고, 근로·교육·봉사 시간을 입증할 기록을 미리 갖춰두는 것이 좋다. 임신, 장애, 돌봄, 특정 만성질환(HIV 등 포함) 등으로 면제 가능성이 있다면 최종 공식 양식이 나온 뒤 관련 증빙을 제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