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성적(GPA) 4.42를 기록하고도 지원한 16개 대학으로부터 모두 거절당한 한 고등학생이 대학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소송은 단순히 한 학생의 입시 실패를 넘어, 명문대 입학 사정 기준의 투명성과 이른바 ‘금수저 전형’으로 불리는 배경적 요인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쟁으로 번졌다.
사건의 주인공인 학생은 완벽에 가까운 성적과 함께 다양한 외부 활동 이력을 가졌음에도 하버드, 스탠퍼드 등 주요 상위권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지 못했다. 초기에는 “성적이 좋은데 왜 떨어졌느냐”는 동정론이 우세했으나, 상세 배경이 알려지며 여론은 뒤집혔다.
해당 학생의 부친이 구글의 고위직이라는 사실과 그가 내세운 스타트업 및 인턴십 경력이 가족의 인맥을 통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입시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나 팰로앨토 같은 부유한 지역에서는 수많은 지원자가 부모의 배경을 이용한 비슷한 스펙을 제출한다”며 “사정관들은 이를 학생의 순수한 성취보다는 환경적 특권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례는 미국 명문대들이 더 이상 ‘성적 우수자’만을 뽑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대학들은 지원자가 자신의 환경 안에서 얼마나 독창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는지, 그리고 지역 사회에 어떤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우선순위에 둔다.
BBC와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이번 소송이 대입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완벽한 지원자’보다, 다소 부족하더라도 자신만의 고유한 서사와 역경 극복 사례를 가진 학생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소송을 제기한 학생 측은 대학들의 사정 기준이 불투명하며, 특정 기준에 부합하는 학생들을 부당하게 차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대학의 자율적인 선발 권한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미 전역의 학부모와 교육 관계자들은 이번 재판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판결 결과에 따라 향후 미국 내 주요 대학들의 입시 사정 방식과 소수계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 폐지 이후의 선발 기준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한편 최근 하버드 대학교를 포함한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입학 사정 과정에서 ‘가족 배경’보다는 ‘개인적 역량(Personal Rating)’ 점수를 강화하는 추세다. 또한,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대입 시험(SAT/ACT) 점수 제출 의무를 폐지하는 대학이 늘어남에 따라 내신 성적 외적인 요소의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선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