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 N.C.=김선엽 기자】미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이용한 불법 자금 세탁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현금 주택 거래에 대한 감시망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지난 3월 1일부터 ‘주거용 부동산 보고 규정(Residential Real Estate Reporting Rule)’을 전격 시행하고,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현금 부동산 거래 정보를 연방정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익명 법인이나 신탁을 통한 고가 주택 거래를 투명하게 관리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새 규정에 따르면 주택이나 콘도 등 주거용 부동산을 대출 없이 현금으로 구매할 때, 구매 주체가 개인이 아닌 유한책임회사(LLC), 법인, 혹은 신탁(Trust)인 경우 반드시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거래를 담당하는 타이틀 회사나 에스크로 업체, 클로징 변호사는 거래 완료 후 30일 이내에 실소유주(Beneficial Owner)의 신원 정보와 사회보장번호(SSN), 거래 금액 및 자금 지급 방식 등을 FinCEN에 제출해야 할 의무를 갖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정이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사는 일반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은행 대출을 이용하는 일반적인 거래는 이미 금융기관의 엄격한 자금세탁 방지 규정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이 본인 명의로 현금을 동원해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추가 보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투자 목적으로 LLC나 신탁을 활용하는 경우에는 이전보다 까다로운 서류 증빙 절차가 요구될 전망이다.
미 정부가 이처럼 강도 높은 규제를 도입한 배경에는 익명성을 악용한 불법 자금 흐름이 있다. 과거 범죄 조직이나 부패 정치인들은 이른바 ‘유령 법인(Shell Company)’을 세워 실제 소유주를 숨긴 채 고가 부동산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금을 은닉해 왔다. FinCEN 측은 과거 일부 도시에서 시범 운영했던 프로그램에서 현금 거래의 상당수가 의심 거래 보고(SAR)와 연관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를 전국 단위의 영구 규정으로 승격시켰다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는 이번 규정 시행으로 인해 투자용 부동산 거래 시 신원 확인 절차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클로징(잔금 결제 및 소유권 이전) 절차가 이전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지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현금 거래 자체가 불법은 아니며, 핵심은 익명성 뒤에 숨은 불법 자금 이동을 막는 것”이라며 “합법적인 자금으로 거래하는 일반 투자자라면 세무 신고와 금융 기록만 철저히 관리할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