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 연방 법원이 보충영양지원프로그램(SNAP·푸드스탬프)에 대한 긴급 자금 집행을 명령하면서, 약 4200 만 명의 저소득층 가정이 당장 식량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원 명령에 따라 일부 SNAP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11 월이 연방정부 셧다운의 두 번째 달이라는 이유로 추가 자금 투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축소된 지급분의 시기조차 불투명해 수혜자들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반면, 저소득 여성과 아동을 위한 별도 식량 지원 프로그램 ‘WIC(Women, Infants, and Children)’에는 임시 예산이 배정돼 있어 당분간은 지급이 유지될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는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니라 수천만 명의 생존이 걸린 비상사태”라며 “SNAP 예산의 근본적인 자금 복원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 지원은 한시적 연명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캘리포니아 ‘캘프레시’ 550 만 명 위기 직면
캘리포니아주에서 ‘캘프레시’로 불리는 SNAP 은 캘리포니아주에서만 260 만 가구, 550 만 명의 주민이 현재 혜택을 받고 있다. 이중 아동은 8 명 중 1 명이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최근 연방 예산이 중단될 경우 비상기금으로 단기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주 복지국 관계자는 수혜자 규모가 워낙 커 실질적인 대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생활비가 전국 최고 수준인 캘리포니아에서 가구당 평균 월 250 달러에 불과한 지원금으로는 기본 식비 충당조차 어렵다는 지적이다.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 주최로 10 월 31 일 열린 언론 브리핑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와 같은 대형 주조차 대응이 불가능하다면 저소득층 밀집 지역이나 농촌 지역의 피해는 훨씬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버트우드존슨재단의 제이미 부셀 프로그램 담당자는 “기아는 식품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의료·고용·교육 불평등이 얽힌 구조적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저소득층 가정이 월세나 약값, 전기세를 포기해야 식탁을 유지하는 상황”이라며 “SNAP 중단은 단순한 제도적 공백이 아니라 삶을 붕괴시킨다”고 강조했다.
예산정책연구소(CBPP)의 조셉 요브레라 시니어 디렉터는 “SNAP 은 미국 사회의 마지막 생존선”이라며 “연방정부가 셧다운을 빌미로 국민의 식탁을 인질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SNAP 예산은 매달 약 80 억 달러 수준이며, 수혜자 대부분은 아동, 시니어, 장애인, 근로빈곤층이다. 푸드리서치·액션센터(FRAC)의 지나 폴라타-니노 SNAP 담당 국장은 “수혜자의 35%는 백인, 26%는 흑인, 16%는 히스패닉, 4%는 아시아계”라며 “SNAP 중단은 특정 집단이 아닌 미국 전체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SNAP 10 년간 2870 억 달러 삭감 예정 …구조적 축소 가속화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단기적인 셧다운을 넘어 제도의 근본적 축소를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 법원의 긴급 판결로 SNAP 수혜자 4200 만 명은 한시적으로 구제됐지만 근본적인 예산 복원 없이는 위기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올해 초 의회를 통과한 트럼프 행정부의 ‘원빅뷰티풀빌(One Big Beautiful Bill)’은 향후 10 년간 SNAP 예산을 2870 억 달러 삭감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새 법안에는 근로 요건을 강화해 일정 시간 이상 일을 하지 않으면 지원 자격을 잃게 된다. 이에 대해 부셀은 “이러한 변화는 수백만 명의 저소득층 가정과 아동, 노년층, 장애인을 식량
불안정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요브레라 역시 “이는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와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드는
국가적 위기”라며 “정치적 셈법보다 국민의 생존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