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식음료 거물 펩시코(PepsiCo)가 인플레이션에 지친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가격 인하’와 ‘제품 슬림화’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펩시코는 최근 발표한 2025년 4분기 실적에서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표를 받았으나, 판매량 감소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공식화했다.
펩시코의 2025년 10월~12월 매출은 전년 대비 5.6% 증가한 293억 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주당순이익(EPS) 또한 2.26달러로 월가의 예상치를 상회하며 견조한 이익 창출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위기감이 감지됐다. 전 세계적으로 제품 가격을 평균 4.5% 올린 덕분에 매출액은 늘었으나, 정작 소비자들의 구매 횟수는 줄어들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음료 판매량이 4% 감소하고 스낵류 역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가격 인상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펩시코는 실적 발표와 동시에 전격적인 가격 인하 방침을 밝혔다. 가격 인하는 2026년 2월 초부터 이미 시작됐으며, 올 상반기 내내 북미 전역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가격표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선다. 펩시코는 판매가 부진한 비인기 제품군(SKU)을 약 20% 정리하는 ‘라인업 다이어트’를 병행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 절감분을 가격 인하 재원으로 투입하는 방식이다. 특히 판매량 회복이 시급한 도리토스, 레이즈 등 대용량 스낵과 멀티팩 제품군이 우선적인 가격 인하 대상에 포함됐다.
이러한 전략 변화는 행동주의 투자자인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Elliott Investment Management)와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9월 약 40억 달러의 지분을 확보한 엘리엇은 펩시코의 북미 사업 효율성을 지적하며 경영 개선을 촉구해 왔다.
펩시코는 2026년 경영 목표로 2~4%의 유기적 매출 성장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가격 인하와 더불어 건강 기능을 강조한 ‘도리토스 프로틴’, ‘펩시 프리바이오틱’ 등 신제품 라인업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라몬 라과르타 CEO는 “가격 조정을 통해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제품군을 단순화하여 2026년에는 질적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