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HINGTON —트럼프 행정부의 출생 시민권 폐지 추진 소식이 전해진 이래, 출산을 앞둔 한인 예비 부모들의 불안감이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미주 한인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와 지역 카페 게시판에는 관련 문의가 연일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게시글에는 “현재 영주권 수속 중인데 다음 달 태어날 아이도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느냐”, “출산 직후 한국에 잠시 체류할 예정인데 그 사이 정책이 시행되면 아이와 함께 미국에 재입국이 가능한 것이냐” 등 구체적인 개인 상황을 전제로 한 질문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게시판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관련 글과 댓글이 이어지며, 정확한 정보를 찾지 못한 채 불안감을 토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예비 부모들 사이에서는 “혹시라도 판결 전에 출산하지 못하면 시민권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 “출산 예정일을 앞당겨서라도 이른바 ‘시민권 막차’를 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질문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러 지역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현재로서는 법원의 집행정지 명령이 유지되고 있어 기존 출생 시민권 제도에는 변함이 없다”며 “확정되지 않은 정보로 출산 일정이나 의료 결정을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 제도 변화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만큼,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서류 준비는 미리 해두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20일 취임 직후 “미국 시민권의 의미를 보호한다”며 행정명령을 통해 부모가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닐 경우 미국 출생자에게 자동 시민권을 부여하지 말라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 명령은 부모의 체류 자격 여부에 따라 출생 시민권을 제한하려는 목적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연방 워싱턴주 등 여러 주와 시민단체가 행정명령이 수정헌법 제14조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2025년 2월 하급 법원은 이 명령의 시행을 가처분으로 중단했다.
이후 연방 대법원은 2025년 6월 전국적 가처분 해제 방침을 일부 받아들이면서도, 정책 자체의 합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정책의 법적 효력 범위는 여전히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대법원은 2026년 6월 말 경 또는 7월 까지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라고 법정 관계자들은 전한다.
시민권 제한이 현실화할 경우 부모가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갖지 못한 경우,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라도 시민권을 얻지 못할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정책은 불법 체류자뿐 아니라 학생·취업 비자 등 일시 체류자 자녀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민자 가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법률 전문가들은 수정헌법 제14조가 보장하는 속지주의 원칙이 워낙 강력하고, 연방 의회가 아닌 행정부의 행정명령으로 이를 변경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법적 논쟁의 중심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보수 우위의 대법원 구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미시간주 등의 활동가와 이민 단체들은 “출생 시민권은 미국의 핵심 헌법 가치”라며 대법원에 억지 부당 해석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영주권 신청 중이거나 일시 체류 비자(F, H, J, E 등) 상태에서 조만간 출산을 앞 둔 한인 가정의 예비 부모들이 확인해야 할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다.
아이의 출생 증명서(Birth Certificate) 보관
행정명령의 효력이 정지된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여전히 미국 시민권자이다. 병원에서 발급하는 출생 증명서를 원본으로 여러 통 확보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미국 여권 조기 신청
법적 다툼이 길어지거나 향후 판결 결과가 불리하게 나올 경우를 대비해, 출생 직후 미국 여권을 미리 신청하여 ‘미국 시민’임을 공적으로 증명받아 두는 것이 권장된다.
영주권 문호 진행 상황 주시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 타깃 중 하나가 ‘영주권이 없는 일시 체류자’이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영주권을 취득하면 아이는 즉시 보호 대상이 되므로, 영주권 수속을 서두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한편 향후 전개될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승소 시 (위헌 판결): 수정헌법 제14조의 위상에 따라 ‘속지주의’가 유지되며,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무효화된다. 이전과 동일하게 모든 출생자에게 시민권이 부여된다.
패소 시 (합헌 판결): 행정명령이 발효된다. 이 경우 2025년 2월 19일 이후 출생자 중 부모가 비시민권/비영주권자인 경우, 시민권 부여가 중단되거나 별도의 입증 절차를 거쳐야 할 수도 있다.
현재 연방 대법원은 법리에 대한 본격 심리와 구두 변론을 진행 중이며, 판결은 이번 여름까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판결 결과는 미국 이민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인 이민 커뮤니티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선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