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의회 앞 내셔널 몰에 마주 보며 손잡은 모습…작가는 익명
워싱턴DC 연방의회 인근 내셔널 몰에 이목을 끄는 풍자 조형물이 세워졌다.
‘영원한 절친’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청동을 스프레이로 도색해 만든 것으로, 두 인물이 서로 마주
보며 손을 맞잡고 있는 장면을 형상화했다.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과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으로,
조형물은 두 사람의 관계를 풍자적으로 드러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조형물은 사실적인 인체 비례와 함께 거친 질감의 표면이 강조되어 있으며 강한 색채 대비가 눈길을
끈다. 하단에는 금속 명판이 부착되어 있는데, 그 위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장 친한
친구 제프리 엡스타인 사이의 오래된 유대관계를 기리며”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작품은 의도적으로 기념비적인 형식을 차용해 ‘우정’을 찬양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비판과 풍자의 메시지를 드러낸다. 작가는 전시 허가 신청서에서 이 설치물을 “표현의 자유와 예술적
시위의 수단”이라고 규정했으며 국립공원관리청은 오는 28일까지 전시를 허용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수십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된
직후인 지난 2019년 뉴욕의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인물이다. 그는 생전에 각국의 정·재계
인사들과 폭넓은 친분을 쌓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권에 투신하기 전부터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형물을 제작하고 설치한 작가의 정체는 공개되지 않았다. 익명의 작가는 이전에도
워싱턴DC에서 정치적 조형물을 선보인 바 있는데, 이번 작품 역시 현실과 풍자의 경계를 오가며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