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약 4,200만명의 미국인에게 SNAP(구 푸드스탬프) 식품보조금 전액을 신속히 지급하라는 하급심 판결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켰다.
8일 C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7일 행정명령 형태로 하급심의 결정을 잠정 중단시키며 1순회항소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긴급구제 요청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확보하도록 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식품보조금 지급을 둘러싼 소송의 항소 과정에서 더 장기적인 유예 결정을 요청한 가운데 나왔다. 잭슨 대법관은 “이번 행정중지는 1순회항소법원이 신속히 관련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앞서 로드 아일랜드주 연방지방법원 존 맥코넬 판사는 정부 폐쇄로 인해 11월분 SNAP 지급이 중단된 상황에서, 행정부가 예비기금(contingency fund)을 사용해 저소득층 4,200만명에게 식품보조금을 전액 지급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50억 달러가 넘는 예비기금을 소진해 부분 지급만 가능하며 나머지 40억 달러는 아동영양프로그램(Child Nutrition Programs) 재원에서 끌어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방법무부 대리인 D. 존 소어 변호사는 대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아동영양프로그램에서 수십억 달러를 빼오면 해당 프로그램 운영이 위태로워져 수백만명의 아동이 의존하는 급식 지원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농무부(USDA)는 이날 각 주정부에 “지방법원의 명령에 따라 전액 지급을 준비 중”이라고 통보했으나 잭슨 대법관의 결정으로 집행은 잠시 중단됐다.
이번 분쟁은 SNAP 예산 중단 사태로 식료품 구매 지원이 중단된 데서 비롯됐다. 여러 도시와 비영리단체가 “수백만 저소득층이 굶주림에 처하게 된다”며 농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맥코넬 판사는 행정부에 예비기금 사용을 명령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X(옛 트위터)를 통해 “급진 좌파 민주당이 정부를 재개하지 않는 한 복지금은 지급되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법원은 행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식품보조금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예비기금외 추가 재원에서도 자금을 확보해 전액 지급할 것을 다시 명령했다.
법무부는 항소 과정에서 이 명령이 “삼권분립의 원칙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또 “법원이 ‘소파 밑에서 돈을 찾아내라’는 식의 비현실적 명령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임시적인 효력에 불과하지만, SNAP 지급을 둘러싼 정치·법적 공방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