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어떤 도시들이 가장 ‘이중언어’(bilingual) 인구가 많을까?
온라인 언어교육 사이트인 ‘프리플라이(Preply)’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전국 25대 대도시 중 텍사스주 엘패소가 이중언어 사용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에 꼽혔다. 이어 로스앤젤레스, 샌호세, 샌안토니오, 뉴욕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이중언어 사용 비율이 가장 낮은 도시는 디트로이트였으며 그 다음은 인디애나폴리스, 내쉬빌, 잭슨빌, 콜럼버스의 순으로 낮았다.
연방센서스(U.S. Census Bureau)에 따르면, 미국인 5명 중 1명꼴(약 21%)로 가정에서 영어 외의 언어를 사용한다. 이번 조사는 센서스국의 관련 자료(아메리칸 커뮤니티 설문조사 등)를 바탕으로 미국내 25개 주요 대도시의 주민들이 영어와 다른 언어를 얼마나 병행 사용하는지를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영어만 사용하는 인구 비율 ▲영어 외의 언어만 사용하는 인구 비율 ▲영어 외의 언어를 쓰지만 영어도 “매우 잘한다(very well)”고 답한 인구 비율을 구분해 비교했다. 여기서 ‘이중언어 구사자’는 영어 외 언어를 가정에서 사용하면서도 영어를 매우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으로 정의됐다.
이중언어 사용 인구 비율이 가장 많은 도시 탑 5는 다음과 같다.
▲1위 엘패소(텍사스): 전체 인구 68만여명 중 약 70%가 영어 외 언어를 사용하며 39.44%가 이중언어 구사자다. 특히 스페인어 사용 인구가 전체의 67%에 달해 이미 1965년부터 비스페인어권 인구를 추월했다.
▲2위 로스앤젤레스: 약 400만명의 전체 인구중 스페인어 사용 비율이 48.5%로, 다른 어떤 언어권보다 높다. 미국 전체 스페인어 사용자의 약 9%가 LA 카운티에 거주한다. 전체 주민의 40%가 영어 외 언어를 사용하고 33.46%가 이중언어 구사자다.
▲3위 샌호세: 인구 100만명이 넘는 캘리포니아 제3의 도시로, 주민의 57%가 영어 외 언어를 사용하며 32.93%가 이중언어 사용자다. 아시아·태평양 언어 사용 비율이 26%로 영어 다음으로 많다.
▲4위 샌안토니오(텍사스): 휴스턴에 이어 텍사스 제2의 도시인 샌안토니오는 인구 약 160만명으로, 이중 64%가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주민의 43%가 영어 외 언어를 구사하며 29.81%가 이중언어 사용자로 집계됐다.
▲5위 뉴욕: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은 인구 1,900만명 이상으로, 그중 약 48%가 영어 외 언어를 사용한다. 스페인어 사용 비율은 24%, 이중언어 구사자는 전체의 26.3% 수준이다.
반면, 이중언어 사용 인구 비율이 가장 적은 도시 탑 5는 다음과 같다.
▲1위 디트로이트: 캐나다 국경과 인접한 디트로이트는 인구가 66만명 수준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미시간 최대 도시다. 주민의 11%만이 영어 외 언어를 사용하며 이중언어 구사자는 6.34%에 불과하다. 영어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언어는 스페인어(7%)다.
▲2위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애나의 주도인 인디애나폴리스는 인구 약 90만명으로, 14%가 영어 외 언어를 사용하고 7.45%가 이중언어 사용자다. 스페인어 사용 비율은 8%다.
▲3위 내쉬빌(테네시): ‘컨트리 음악의 수도’로 불리는 내쉬빌은 인구 약 67만명으로, 18%가 영어 외 언어를 사용하며 8.13%가 이중언어 구사자다. 스페인어 사용자는 9%로 나타났다.
▲4위 잭슨빌(플로리다): 플로리다 최대 도시 잭슨빌은 인구 93만명으로, 주민의 15%가 영어 외 언어를 사용하고 9.27%가 이중언어 사용자다. 스페인어 사용자는 7% 수준이다.
▲5위 컬럼버스(오하이오): 오하이오 주도이자 최대 도시인 컬럼버스의 인구는 약 91만명이다. 전체 주민의 16%가 영어 외 언어를 사용하고, 9.63%가 이중언어 구사자다. 스페인어 사용 비율은 5%로 파악됐다.
한편, 전세계 인구의 약 43%가 2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위스의 경우 국민의 42%가 일상적으로 2가지 이상의 언어를 쓰지만 프랑스는 20%에 불과하다. 미국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이중언어 사용률이 크게 차이난다.
미국 사회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다문화적으로 변하면서, 기업과 기관에서 이중언어 구사 인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스페인어 구사 능력은 스페인어권 인구가 많지 않은 대도시에서도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중언어 능력은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사회적 연결망을 확장하고 직업적 기회를 넓히는 핵심 자산”이라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