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 N.C.=김선엽 기자] 미국 유통 산업의 두 거인, 아마존(Amazon)과 월마트(Walmart)의 순위가 마침내 뒤바뀌었다. 2025 회계연도 실적 발표 결과, 아마존이 13년 동안 정상을 지켜온 월마트를 제치고 매출 기준 세계 1위 기업의 왕좌를 차지했다. 이는 ‘오프라인 소매 시대’에서 ‘플랫폼 중심 경제’로의 완전한 주도권 이전을 상징한다.
현지 시간 20일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아마존의 2025년 연간 매출은 약 7,169억 달러(약 960조 원)를 기록하며 월마트의 7,132억 달러를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2024년까지만 해도 월마트가 약 400억 달러 차이로 우위에 있었으나, 아마존이 1년 만에 이를 뒤집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역전의 핵심 동력으로 아마존 웹 서비스(AWS)와 AI 인프라를 꼽았다. 유통만으로는 월마트의 오프라인 인프라를 압도하기 어렵지만, 아마존은 클라우드와 디지털 광고, 프라임 구독 서비스 등 다각화된 수익 모델을 통해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실제로 AWS는 아마존 전체 운영 이익의 절반 이상을 기여하며 ‘흑자 유통’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아마존은 1위 등극과 동시에 강력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앤디 재시(Andy Jassy) CEO는 최근 “AI와 자동화 기술 통합을 통해 향후 수년간 기업 인력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공식 언급했다. 실제로 아마존은 최근 몇 달간 사무직을 중심으로 약 3만 명 규모의 감원을 단행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처럼 민첩하게 움직이겠다는 전략을 명확히 했다.
반면 월마트는 1위 자리를 내줬음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기초 체력을 과시했다. 월마트는 최근 53년 연속 배당 인상을 발표하며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신뢰를 보냈다. 또한 온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하고, 미국 가구의 93%에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옴니채널’ 경쟁력을 강화하며 아마존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아마존의 영향력 확대는 유통과 테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아마존 MGM 스튜디오는 전설적인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창작 통제권(Creative Control)을 확보하는 역사적인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단순한 배급권을 넘어 글로벌 IP(지식재산권)의 미래를 직접 설계하겠다는 의지로, 아마존을 단순한 쇼핑몰이 아닌 거대한 콘텐츠 생태계로 진화시키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스보로를 포함한 미 전역의 물류 거점들 또한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 있다. 아마존은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에 100억 달러 규모의 AI 혁신 캠퍼스 건립 계획을 발표하며 지역 내 기술 인력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1위 교체는 단순한 순위 변동이 아니라 소매업의 정의가 ‘물건을 파는 곳’에서 ‘데이터와 AI를 운영하는 곳’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플랫폼 경제의 독주 속에 월마트가 오프라인 인프라를 무기로 어떤 반격에 나설지,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