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 N.C.=김선엽 기자】미국 노동시장에서 신입 직원 채용이 크게 줄어들고 경력직 중심의 채용이 확대되는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급격한 확산과 경기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기업들이 즉시 실무에 투입 가능한 숙련 인력을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대학 채용 시장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미국 주요 대기업들의 신입 채용 규모는 최근 눈에 띄게 감소했다. 대학 취업시장 연구기관인 ‘National Association of Colleges and Employers(NACE)’의 조사 결과, Fortune 500 기업들의 캠퍼스 채용 예산은 평균 38% 줄어들었다. 조사 대상 기업의 42%가 신입 채용 규모를 30% 이상 축소했으며, 인턴십 프로그램 예산 또한 평균 31% 삭감됐다.
특히 2025년 말 기준 신입 직무 채용 공고는 전년 대비 약 53% 급감하며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 문이 바늘구멍이 됐다. 취업 플랫폼 ‘Handshake’의 데이터에서도 신입 정규직 채용 공고는 약 16% 감소한 반면, 공고당 지원자 수는 26% 증가하여 전례 없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업들의 향후 채용 계획도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했다. NACE의 ‘Job Outlook 2026’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예상하는 2026년 대졸자 채용 증가율은 1.6%에 그쳤다. 이는 사실상 고용 정체 상태를 의미한다. 조사 참여 기업의 45%는 현재 취업 시장을 ‘보통(fair)’ 수준으로 평가하며 대규모 채용 확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흐름은 실제 지표로도 나타났다. 2026년 2월 미국 경제는 약 9만 2,000개의 일자리를 잃었으며, 실업률은 4.4%로 상승했다. 고금리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채용 의지를 꺾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의 핵심 동력 중 하나로 AI 기술 발전을 꼽았다. 과거 신입 사원들이 담당하던 데이터 정리, 보고서 작성, 기초 리서치 및 코드 작성 등의 업무가 AI로 대체되면서 신입 채용의 필요성이 낮아졌다.
노동시장 분석 결과, AI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직무에서 22~25세 사이의 초기 경력 근로자 고용은 약 16% 감소했다. 기업들은 이제 단순 학위 보유자보다 인턴십, 프로젝트 수행 경험, 실무 기술을 갖춘 인재를 우선적으로 선호하는 전략을 강화했다. 실제로 기업의 절반 이상이 채용 시 학위보다 실무 경험을 최우선 고려 사항으로 두기 시작했다.
현재의 미국 취업 시장은 대량 해고는 적지만 신규 채용도 극히 적은 ‘느리게 움직이는 노동시장(Low Hire – Low Fire)’ 국면에 진입했다. 특히 IT, 마케팅, 금융 등 AI 자동화 노출도가 높은 직종일수록 신입 취업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반면 의료·헬스케어, AI 및 데이터 산업, 친환경 에너지, 숙련 기술직(Trade Jobs) 분야에서는 여전히 견고한 인력 수요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미국 노동시장이 학위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신입 중심에서 경력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만이 생존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고착화됐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