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연애는 언제나 복잡했지만 이제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친밀감이 등장하고 있다. ‘인간 대
인공지능(AI) 관계’가 그것이다.
텍사스주 달라스 소재 심리상담 기관 ‘밴티지 포인트 카운슬링 서비스(Vantage Point Counseling
Services)’가 최근 실시한 첫 조사에 따르면, 이미 상당수의 성인이 AI와 정서적·로맨틱한 관계를
맺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이러한 관계가 기존 인간간 연애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불러일으킨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28.16%의 응답자가 “AI와 친밀하거나 로맨틱한 관계를
가져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53.95%는 “AI 시스템과 친구, 동료, 혹은 신뢰할 수 있는 대화
상대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강한 유대감을 느끼는 AI 플랫폼은 ‘챗GPT(ChatGPT)’였으며 그 다음으로는
‘캐릭터.ai(Character.ai)’, ‘알렉사(Alexa)’, ‘시리(Siri)’, ‘제미나이(Gemini)’의 순이었다.
인간 관계가 성공적인 사람일수록 오히려 AI와의 친밀감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았다. 60세 이상
응답자 절반은 “AI와의 친밀감은 ‘바람(cheating)’이 아니다”라고 답했지만, 18~29세 젊은층은
“부정행위이며 용납할 수 없다”고 보는 경향이 가장 강했다.
밴티지 포인트의 설립자이자 상담치료사인 마이클 살라스(Michael Salas)는 “우리는 지금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AI가 위안과 새로움, 심지어는 친밀감의 원천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부부나 연인, 치료사, 그리고 사회 전체가 ‘충실함’, ‘외로움’, ‘연결 욕구’에
대해 다시 질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살라스는 AI와의 친밀감이 ‘바람’인지에 대한 질문에 “바람은 단순히 신체적 접촉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밀, 기만, 약속 위반이 포함된다. 어떤 커플에게는 AI 관계가 무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명백한 선을 넘는 일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이미 만족스러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왜 AI 친밀감을 시도하는지에 대해서는
“여기서 주요 동인은 호기심과 새로움이다. 인간 관계에 충실한 사람도 AI 친밀감을 탐색할 수
있다. 그것이 결핍 때문이라기보다 ‘안전하고 부담 없는 탐험’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는
반드시 불만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단순히 ‘탐구’의 과정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살라스는 이러한 관계가 가진 위험성도 경고했다. 그는 “AI 친밀감 역시 다른 대체
관계처럼 위험이 있다. 중독적으로 빠지거나, 갈등 회피를 강화하거나, 현실의 인간에게
비현실적 기대를 심어줄 수 있다. 이런 패턴은 건강한 인간 관계를 형성하거나 유지하는 것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