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이란 신정 체제가 수립 47년 만에 최대의 존립 위기를 맞았다. 가파른 물가 상승과 통화 가치 폭락으로 촉발된 민심의 분노가 이제는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전국적인 혁명적 항쟁으로 번졌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시작된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붕괴된 경제다. 이란 리알화 가치는 최근 1년 사이 달러당 70만 리알에서 140만 리알로 두 배가량 폭락했다. 이에 따라 식료품 가격이 70% 이상 급등하면서 평범한 시민들은 생존권 자체를 위협받았다. 정부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연료 보조금까지 삭감하자, 테헤란 전통 시장(바자르) 상인들이 일제히 가게 문을 닫고 거리로 나섰다.
단순한 경제 불만으로 시작된 시위는 불과 2주 만에 이란 전역 31개 주, 190여 개 도시로 확산됐다. 시위대의 구호는 “빵을 달라”에서 “독재자 하메네이에게 죽음을”로 급격히 격화됐다. 이란 정부는 사태를 은폐하기 위해 전국적인 인터넷 차단과 계엄령에 준하는 무력 진압을 강행했다. 외신과 인권 기구는 이번 진압 과정에서 최소 480명 이상의 시위대가 목숨을 잃었으며, 일부 소식통은 사망자가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대외 상황도 이란 정부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시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이란 국민을 위해 강력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발언해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이란 지도부는 이번 시위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배후 조종에 의한 ‘테러’라고 규정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했다.
현재 이란은 인터넷이 완전히 두절된 채 침묵과 비명이 교차하는 혼돈 속에 있다. 경제 붕괴와 내부 분열, 외부의 군사적 위협이라는 삼중고 속에 이슬람 공화국의 미래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김선엽 기자>
사진출처: Pixabay, Wikimedia Commo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