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김선엽 기자]-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2026년 3월 비자 불렛틴(Visa Bulletin)에서 취업 기반 영주권(Employment-Based, EB) 주요 카테고리인 EB-1과 EB-2가 의미 있는 전진을 보이며 이민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수개월에서 1년 가까운 폭의 진전이 확인되면서, 장기 적체에 묶여 있던 전문직·고학력 인력들의 영주권 절차가 속도를 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취업이민 1순위와 2순위의 동반 전진이다. 이번 발표에서 EB-1(우선 인력: 특출한 능력 보유자, 저명 연구자, 다국적 기업 임원 등)은 접수 가능일자(Dates for Filing)가 약 4개월 앞당겨졌고, EB-2(석사 이상 고학력자 및 탁월한 능력 보유자)는 무려 11개월이나 전진했다. 특히 EB-2는 최근 수년간 적체가 심화되며 사실상 정체 상태에 가까웠던 분야라는 점에서, 이번 조정은 이례적으로 큰 폭의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그동안 우선일자가 도달하지 않아 대기해 왔던 신청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I-485(신분조정) 접수를 진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반면 숙련직·전문직을 포함하는 EB-3는 이번 달에도 변동이 없어, 1·2순위와 3순위 간의 체감 온도 차는 더욱 뚜렷해졌다. 이는 동일한 취업이민 범주 안에서도 수요 분포와 비자 소진 속도에 따라 문호 개방 폭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왜 이번 달에 이처럼 큰 폭의 전진이 가능했을까. 이민 전문가들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우선 미국 연방정부 회계연도는 매년 10월에 시작되는데, 국무부는 통상 회계연도 초반에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문호를 열어 실제 수요를 파악한 뒤, 후반부에 속도를 조절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다시 말해, 연초에는 비자 배정 여력을 가늠하기 위해 일정 부분 선제적으로 날짜를 당기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연간 취업이민 비자 총 한도가 최소 14만 개로 설정되어 있고, 국가별 상한이 7%로 제한되는 구조 속에서 최근 몇 년간의 발급 실적과 승인 추세, 그리고 계류 중인 신청 건수에 대한 내부 수요 예측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특정 순위에서 실제 비자 사용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경우, 그 여유분을 감안해 문호를 전진시키는 방식으로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민국과 국무부의 심사·발급 처리 속도 역시 변수로 작용한다. 승인 적체가 완화되거나 영사관 발급 패턴이 안정화될 경우, 국무부는 보다 공격적인 날짜 조정을 시도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전진이 연중 내내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실제 수요가 급증해 연간 쿼터 소진 속도가 빨라질 경우, 회계연도 후반에 다시 문호가 후퇴하는 ‘레트로그레션(retrogression)’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3월 비자 불렛틴은 취업이민 1·2순위 신청자들에게 분명한 기회 창을 열어주고 있지만, 동시에 제한된 쿼터 안에서 운영되는 제도의 특성상 상황은 언제든 재조정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우선일자가 도달한 신청자라면 지체 없이 절차를 진행하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