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계의 상당수가 월급을 받으면 고정지출로 대부분을 소진하는 ‘근근이 먹고 사는(paycheck to paycheck)’ 상태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CBS 뉴스가 17일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소(Bank of America Institute/BAI)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임금이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저소득층 미국인들의 재정적 어려움이 갈구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AI 자료에 따르면, 저소득층 가구의 약 29%가 월급 대부분을 생활 필수비용으로 사용하는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는 2024년보다 소폭 증가했고 2023년(27.1%)과 비교해서도 상승한 수치다. BAI눈 주거비, 휘발유, 식료품, 공공요금, 인터넷 비용 등 생계 필수 지출이 가계 소득의 95%를 넘는 경우를 ‘월급에 의존해 근근히 먹고 사는 가구’로 정의한다. 2025년 전체 미국 가구의 약 4분의 1이 이러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추정되며 여러 요인이 이러한 재정 악화를 설명한다. 첫 번째 이유는 올해 미국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4월 2.3%에서 3%로 다시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정점이었던 9.1%보다는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연준(Fed)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BAI의 경제학자 조 워드퍼드(Joe Wadford)는 미국인의 소득 수준별 재정 부담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물가가 다시 오르고 있고 비용이 다시 뛰고 있다. 이는 해당 가구에 새로운 압박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 요인은 식료품 등 필수 품목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음에도 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과 구매력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예금 자료에 따르면, 10월 기준 저소득층 가구의 임금은 전년 대비 1% 오르는데 그쳤다. 워드퍼드는 “올해 초부터 임금과 지출간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며 “생활비가 3% 오르는데
임금이 1% 오르면 따라잡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의 선임 경제학자 엘리스 굴드(Elise Gould)는 팬데믹과 경기 회복기 동안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빠르게 올랐지만, 2022년 말 이후 그 속도가 크게 둔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금 상승세 둔화의 배경으로 채용 공고 감소와 이직률 하락을 꼽았다.
BAI에 따르면, 10월까지 최근 12개월 동안 고소득 밀레니얼 가구는 저소득 밀레니얼 가구보다 평균 임금 상승률이 5%포인트 더 높았다. 저소득층이 생계 유지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중산층과 고소득층 가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계층은 강한 임금 상승세에 힘입어 월급 의존 가구 비중이 거의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워드퍼드는 이번 보고서에서 “고소득 가구는 높은 임금 상승률 덕분에 최근의 물가 재상승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소득 양극화 현상은 경제 상황이 계층별로 갈라지는 ‘K자형 경제(K-shaped economy)’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소득 수준에 따라 소비와 재정 건강의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굴드는 또, 일부 저소득층은 은행 계좌조차 없는 경우가 많아 예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분석이 빈곤층이 겪는 경제적 고통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석에서 소득 분포의 가장 아래층이 빠져 있으며 그들이 실제 얼마나 큰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는 충분히 담기지 않았을 수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