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북부 제2의 도시 트리폴리의 밥 알타바네(Bab al-Tabbaneh) 지역에서 노후 주거용 건물 두 채가 연쇄 붕괴하는 참사가 발생해 최소 15명이 숨지는 비극이 일어났다. 8일(현지시간) 오후 발생한 이번 사고로 8명이 극적으로 구조됐으나, 도시 전반의 인프라 노후화 문제가 레바논 사회의 심각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붕괴된 건물은 각각 6개의 아파트로 구성된 두 개의 블록으로, 사고 당시 22명 이상의 주민이 내부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대는 잔해 속에서 13세 소년 등을 포함한 8명을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사고 직후 트리폴리 시민들은 정부의 무관심과 구조적 방치가 이번 참사를 불렀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분노한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오토바이 행진을 벌이고 일부 정치인의 자택 앞을 점거하는 등 강력한 항의 시위를 이어갔다.
압델 하미드 카리메 트리폴리 시의회장은 “트리폴리는 이제 재난 도시와 다름없다”라며 “수천 채의 노후 건물이 적절한 보수 없이 방치돼 수많은 주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붕괴의 근본 원인으로 무분별한 건축 위반, 당국의 감독 부실, 유지보수 부족, 그리고 임대료 규제법으로 인한 집주인의 관리 의지 상실 등 구조적 모순을 지목했다.
현지 당국은 사고 현장 인근의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주변 114채의 건물에 대해 한 달 이내 이주 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이주민들에 대한 주거 지원과 더불어 위험 건물의 보강 및 철거 작업을 병행할 방침이다.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모든 비상 대응 서비스에 고강도 태세를 지시했으며, 나와프 살람 총리는 “정부는 피해 주민들을 위한 주거 지원 준비가 되어 있다”라며 “이 비극을 정치적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시각은 냉담하다. 수잔 자부르 유엔 고문방지소위원회 의장은 “이번 참사는 주거 안전권이라는 기본적인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사례”라며 트리폴리 주민들이 겪고 있는 지속적인 위험에 대해 국제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참사는 최근 트리폴리에서 반복되고 있는 건축물 사고의 연장선에 있으며, 레바논 경제 위기와 맞물린 도시 관리 부실이 한계치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이번 소식은 세계 각지의 한인 사회에도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미 동남부 지역 한인 경제계에서도 국제적 인도주의 차원의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김선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