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내년 의료비 부담에 대해 어느 때보다 큰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웨스트헬스-갤럽(West Health-Gallup) 설문조사에서 성인 응답자의 거의 절반(47%)이 2026년에 필요한 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한다고 밝혔다고 NBC 뉴스가 17일 보도했다. 17일 공개된 이같은 47%라는 응답률은 웨스트헬스와 갤럽이 2021년부터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조사에 따르면 처방약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 역시 꾸준히 증가해 2021년 30%에서 2025년 37%로 상승하며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의료비가 일상의 큰 스트레스가 된다”고 답한 비율은 2022년 8%에서 15%로 거의 2배로 늘었다. 지난 1년 동안 비용 문제로 치료를 미루거나 아예 받지 못했다는 응답자도 성인 3명 중 1명에 달했다.
이번 연례 조사는 6월부터 8월 사이, 미전역 50개주와 워싱턴 D.C.에서 약 2만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의료 이용 경험과 관련된 27개 문항을 포함했다. 최근 의료 문제는 미국 정치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민주당이 전국민건강보험법(ACA/오바마케어) 보조금 확대 연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보험료의 두 자릿수 인상으로부터 가입자를 보호해 온 ACA 세액공제는 12월 31일 만료될 예정이다. 공화당은 연장을 저지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케어를 고치겠다’고 공언했으나 아직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비정파적 의료·고령사회 연구기관인 웨스트헬스의 티머시 래시 회장은 이러한 변화와 향후 보험 보장 축소 가능성이 겹치면서 많은 미국인이 앞으로 의료비 부담 문제에서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의 시급성은 매우 현실적이다. 의료비가 오르지 않더라도 가계가 이미 다른 영역에서 심각한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 악화된다”고 전했다. 래시는 “이번 조사에서 모든 지표가 정체하거나 악화했다”면서 “미국인들은 ‘생각해 보니, 나는 너무 많은 비용을 내고 있지만 충분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미국 의료 시스템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주별 의료 경험에서 분명한 격차가 있음을 보여줬다. 아이오와, 매사추세츠, 워싱턴 D.C., 로드 아일랜드는 의료 접근성, 필요시 치료 이용 용이성 등 전반적인 의료 경험에서 가장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반면 텍사스, 뉴멕시코, 네바다, 알래스카는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예를 들어 전체 10위인 네브래스카에서는 응답자의 66%가 필요한 의료를 “받기 쉽다”고 답했지만, 뉴멕시코에서는 30%, 네바다에서는 31%에 불과했다. 다만 래시는 상위권 주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상위 10개주에서도 최근 3개월간 처방약 비용을 지불하지 못한 이들이 15%에 달했고, 최하위 10개주에서는 그 비율이 29%로 더 높았다.
지난 1년간 비용 문제로 필요한 검사나 시술을 건너뛴 사람도 상위 10개주에서는 25%, 하위 10개 주에서는 40%에 달했다. 의료 이용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비율은 텍사스(43%), 몬태나(43%), 알래스카(41%) 등에서 가장 높았다.
비용 외에도 미국인들은 다양한 의료 접근 장벽을 호소했다. 전국적으로 55%는 긴 대기시간을 의료 이용의 장애로 꼽았고 27%는 업무 일정이 걸림돌이라고 답했다. 의료기관이나 의사를 찾는 방법을 몰라 치료를 지연·포기했다는 응답도 상위권 10개주는 25%, 하위권 10개주는 31%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버드 의대 중환자의학 전문의 애덤 가프니는 미국 의료 시스템이 환자에게 높은 비용 부담을 강요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메일 논평에서 “메디케이드를 확대하지 않은 미시시피처럼 무보험율이 높은 주는 매사추세츠처럼 상대적으로 보험 환경이 좋은 주보다 비용 문제를 겪는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매사추세츠에서도 불충분한 보험 때문에 큰 비용 불안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조지타운대 오닐 국가·글로벌보건법연구소의 로렌스 고스틴 소장은 “미국민은 저렴한 의료 접근에 대해 매우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 ACA 보험료 보조 중단, 메디케이드 축소가 이어지면 의료비와 보험료에 대한 불안은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이번 조사 결과가 연방의회에 ACA 보조금 연장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