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번의 기고를 통해 K-푸드가 반짝이는 한류 ‘트렌드’를 넘어 세계인의일상에 뿌리내리는 ‘식관습(Habit)’으로 진화해야 함을 역설하고, 그 첫 번째 실천 과제로 현장 중심의 ‘식자재 물류 거점 구축’을 제안한 바 있다. 이번 3편에서는 K-푸드가 현지인의 뼛속까지 스며들게 할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무기, 바로 ‘주류 사회 급식(Institutional Catering) 시장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논하고자 한다.
미국 사회를 보라. 이탈리아의 피자, 멕시코의 타코, 심지어 치킨 너겟이 어떻게 미국인들의 완벽한 소울푸드이자 일상식으로 자리 잡았는가? 정답은 간단하다. 바로 공립학교와 직장 구내식당의 메뉴판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학교 점심시간(School Lunch)에 친구들과 어울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자연스럽게 먹고 자란 음식은 낯선 이국 음식이 아니라 ‘나의 일상’이 된다. 급식 식판 위를 차지하는 음식만이 진정한 글로벌 식관습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뉴욕 공립학교의 성과가 던지는 거대한 희망
최근 우리는 그 가능성의 씨앗을 뉴욕에서 목격했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거대한 뉴욕과 뉴저지 일대의 공립학교 점심시간에 불고기, 잡채, 닭강정, 심지어 직접 담근 김치가 학생들의 식판에 오르는 놀라운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미동부 한식세계화 추진위원회를 비롯한 현지 한인 동포 사회와 학부모들의 오랜노력, 그리고 최근 한국의 정부 기관과 식품 기업들의 후원이 맞물려 만들어낸쾌거다.
결과는 놀라웠다. 낯선 발효 음식에 거부감을 가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타민족 학생들은 스스럼없이 샌드위치 대신 한식 도시락을 비웠고 맵지 않게 조리된 김치를 즐겼다. 뉴욕 할렘의 공립 차터스쿨 등에서 시범적으로 열린 한식 급식 행사는 K-푸드가 성인들의 외식 문화를 넘어, 미국의 미래 세대인 학생들의입맛까지 완벽하게 사로잡을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
이벤트에서 ‘정규 식단‘으로: 넘어야 할 산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짚어봐야 한다. 현재의 성과는 여전히 특별한 날에 제공되는 ‘일회성 이벤트’나 ‘시식회’ 성격이 강하다. 진정한 관습화는 매주 화요일은 ‘타코 튜즈데이(Taco Tuesday)’, 금요일은 ‘피자 데이’인 것처럼, 한식이학교의 ‘정규 고정 메뉴(Regular Menu)’로 편성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국의 공립학교 급식은 까다로운 영양 성분 기준(칼로리, 나트륨 제한 등)과 철저한 알레르기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무엇보다 한정된 ‘급식 단가(예산)’에 맞춰야 한다. 손이 많이 가고 식자재 단가가높은 기존의 한식 조리법으로는 대형 급식 시장의 진입 장벽을 넘기 어렵다.
한식 급식 전국 확산을 위한 ‘지역별 맞춤형 액션플랜‘
이러한 뉴욕의 성공적인 불씨를 미국 전역의 학교와 기업, 병원 등 대형 급식시장으로 들불처럼 번지게 하려면, 곧 국무총리실 산하로 격상될 ‘세계한식총연합회’가 중심이 되어 정부와 함께 치밀한 지역별 공략법을 실행해야 한다.
1. 미 동부 (뉴욕/뉴저지): ‘데이터 기반 선도 모델 고도화 및 대형 위탁업체 공략’ 동부 지역은 이미 뉴욕의 성공 사례를 통해 확보된 학생들의 긍정적인 피드백과 급식 운영 데이터가 존재한다. 이를 무기 삼아 아라마크(Aramark), 소덱소(Sodexo), 차트웰(Chartwells) 등 미국의 거대 글로벌 급식 위탁업체 본사들과 직접 B2B 업무협약을 맺어야 한다. 이들 업체가 수용할 수 있는 ‘대용량 한식 밀키트’와 ‘오븐 조리용 반조리 식품’을 한국의 식품 대기업과 연계하여 납품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2. 미 남동부 (조지아/애틀랜타 중심): ‘K-기업 연계형 확산 모델’ 내가 외식업을 경영하며 몸담고 있는 이곳 조지아주를 비롯한 동남부 일대는 현대, 기아, SK 등 한국 굴지의 대기업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K-컬처에 대한 호감도와 경제적 파급력이 높은 곳이다. 우선 이들 거대 공장의 구내식당을운영하는 케이터링 업체들을 통해 현지인 근로자들에게 한식을 일상적으로 노출시켜야 한다. 근로자(부모)들이 직장에서 즐기는 K-푸드 경험은 자연스럽게조지아주 귀넷 카운티와 같은 매머드급 공립학교 학군(School District)의 학부모회(PTA) 여론을 움직이는 강력한 지렛대가 된다. ‘기업 구내식당’에서 ‘지역 공립학교’로 이어지는 연계 확산 전략이 핵심이다.
3. 미 서부 (LA/캘리포니아): ‘다민족 퓨전 및 비건(Vegan) 타겟팅’ 히스패닉과아시아계 인구 비중이 압도적이고 건강식 트렌드가 강한 서부 지역은 진입 전략이 달라야 한다. 기존의 밥과 고기 위주의 식단을 넘어, 현지 급식에서 흔히나오는 브리토 볼(Burrito Bowl) 형태에 한식을 접목한 ‘코리안 BBQ 볼(Bowl)’, 혹은 고기를 대체하는 ‘두부 강정’, ‘비건 김치’ 등을 전면에 내세워 캘리포니아 교육국의 엄격한 친환경·건강 식단 기준을 역으로 공략해야 한다. 타민족의 기존 식습관에 한식의 요소를 스며들게 하는 퓨전 형태가 가장 빠르게급식망을 뚫는 방법이다.
국가의 전폭적 지원과 R&D가 뒷받침되어야
급식 시장 공략은 민간의 열정만으로는 불가능한 거대한 국가적 과제다. 정부는 한식 현지 전문가, 영양사, 식품공학자들을 대거 투입해 미국 학교 급식 단가표와 영양 기준에 완벽히 부합하는 ‘글로벌 급식용 대용량 표준 레시피’를 국책 사업으로 개발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한식을 정규 메뉴로 채택하는 해외 공립학교나 학군에는 초기 식자재 비용 일부를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는 공격적인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미국 아이들이 들고 있는 플라스틱 식판 한편에 햄버거와 감자튀김 대신 불고기와 김치가 자연스럽게 오르는 날, K-푸드는 비로소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세계인의 식관습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 중대한 과업의 선봉에 민관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한 ‘세계한식총연합회’가 체계적인 조직으로 거듭나서 실행할수 있는 단체가 되어, 한국정부와 손잡고 한식세계화에앞장서주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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