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김선엽 기자] — 미국 정부가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비자 프로그램에 대한 감독과 현장 점검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 노동부가 2025년 9월 공식 출범시킨 U.S. Department of Labor(DOL)의 ‘Project Firewall(프로젝트 파이어월)’이 본격 가동되면서, 고용주 대상 조사와 현장 실사(site visit)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는 H-1B 제도의 불법·편법 운용을 차단하고 미국인 근로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취업비자 신청자를 무작위로 체포하거나 신분을 즉각 박탈하는 작전”이라는 식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Project Firewall은 DOL 산하 임금·근로시간국(WHD)이 주도하는 집행 강화 프로그램이다. 핵심은 H-1B 고용주에 대한 조사 개시 권한 확대다.
과거에는 직원 신고나 명확한 위반 제보가 있어야 본격 조사가 가능했지만, 현재는 노동부 장관 재량에 따라 합리적 의심이 있을 경우 직권으로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조사 착수 건수가 100건을 훌쩍 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는 법률업계 분석도 나온다.
조사 범위는 다음과 같다.
- 노동조건신청서(LCA)상 임금과 실제 지급 임금 일치 여부
- 신고된 근무지(worksite)와 실제 근무 장소의 일치 여부
- 직무 내용이 전문직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
- 미국인 근로자 채용 기회 침해 여부
위반이 확인될 경우 고용주에게는 벌금 부과, 체불임금 지급 명령, 향후 H-1B 청원 제한(디바멘트) 등 행정 제재가 가능하다.
H-1B 관련 현장 방문은 노동부만의 조치가 아니다. U.S. Citizenship and Immigration Services(USCIS) 역시 산하 FDNS(Fraud Detection and National Security) 팀을 통해 승인된 H-1B 청원서를 대상으로 무작위 또는 선별적 현장 점검을 지속해 왔다.
USCIS 실사는 주로 다음 사항을 확인한다.
- 청원서상 직무·직책·근무 시간의 실제 이행 여부
- 고용주의 실체 존재 여부
- 근무지 내 실제 배치 상태
이러한 점검은 대개 사전 통보 없이 진행되며, 고용주 담당자 및 H-1B 직원과의 인터뷰가 포함될 수 있다.
Project Firewall 시행 이후에는 DOL 조사와 USCIS 실사가 병행·연동되는 사례가 늘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기업 현장에서는 “실사 빈도가 체감상 증가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감독 강화가 주된 타깃은 고용주(Employer)라는 점을 강조한다.
단순 현장 방문이나 인터뷰가 곧바로 H-1B 소지자의 체류 신분 취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허위 고용, 임금 미지급, 근무지 허위 기재 등 중대한 위반이 확인될 경우에는 청원 철회 또는 향후 신분 연장 심사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기업과 합법적으로 근무 중인 H-1B 근로자라면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면서도 “기재 사항과 실제 근무 조건의 일치 여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H-1B 제도는 오랜 기간 미국 내에서 ‘고급 인력 유치 제도’이자 동시에 ‘노동시장 잠식 우려’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최근 연방 정부는 이 프로그램이 일부 기업에 의해 저임금 구조로 악용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Project Firewall은 이러한 정책 방향을 집행 단계에서 구현하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흐름은 비자 자체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조치라기보다는 컴플라이언스(법 준수) 감독을 대폭 강화하는 단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한인 사회에서도 H-1B 근로자를 고용한 IT·회계·엔지니어링·헬스케어 업종 기업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다음을 점검할 것을 권고한다.
- LCA 및 청원서 사본 상시 보관
- 급여 기록·근무지 변경 여부 즉시 보고
- 재택·파견 근무 시 추가 LCA 필요 여부 확인
- 현장 방문 대응 담당자 지정
‘프로젝트 Firewall’이라는 이름이 주는 강한 인상과 달리, 이번 조치는 H-1B 프로그램 전반의 합법성, 투명성 확보를 위한 집행강화 정책이다. 다만 조사 개시 권한 확대와 현장 방문 증가로 인해 기업과 취업비자 소지자 모두에게 준법 관리(compliance management)의 중요성이 한층 커진 것은 분명하다.
H-1B 제도는 여전히 미국 전문직 취업의 핵심 통로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 승인 여부를 넘어, 승인 이후의 지속적 관리와 실제 근무 조건의 일치 여부가 더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