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김선엽 기자] 과거 ‘하얀 역병(White Plague)’이라 불리며 인류를 위협했던 결핵(TB)이 미국 내에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건 당국은 팬데믹 이후 결핵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1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긴급 경고를 발령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내 결핵 확진 사례는 1만 600건을 넘어섰다. 이는 인구 10만 명당 약 3명꼴로, 2020년 코로나19 발생 초기 일시적으로 감소했던 수치가 3년 연속 상승하며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2020년의 감소가 실제 감염 감소가 아닌, 팬데믹으로 인한 진단 누락과 검사 프로그램 축소에 따른 ‘착시 현상’이었다고 분석한다. 크레이튼 의과대학의 레누가 비베카난다 교수는 “팬데믹 당시 감시 체계가 무너진 결과로, 당시 감지되지 않았던 잠복 결핵 감염이 현재 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리바운드 효과”라고 설명했다.
결핵균은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박테리아 감염으로, 주로 폐를 공격하지만 신장, 척추, 뇌 등 다른 장기에도 침투할 수 있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잠복 결핵(Latent TB)’이다. 감염자의 약 25%가 몸속에 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5~10%는 활성 결핵으로 발전한다. 잠복 단계에서는 전염성이 없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언제든 활성화될 수 있다. 활성 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미세한 입자를 통해서만 타인에게 전파된다.
결핵의 초기 증상은 감기나 알레르기와 혼동하기 쉽다. 주요 증상은 지속적인 기침 및 가슴 통증, 피로감과 체중 감소, 발열 및 야간 발한(밤에 식은땀이 나는 증상), 그리고 심한 경우 객혈(피가 섞인 기침) 등이다.
고위험군으로는 결핵 유행 국가 방문자, 밀집 환경 거주자, 면역 저하자(당뇨병, 영양실조 등) 등이 꼽히며, 영유아와 노약자 역시 취약하다.
결핵은 다행히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 보통 4~6개월간 매일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 CDC는 이소니아지드, 리팜핀 등을 주요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치료 기간을 채우지 않고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할 경우,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내성 결핵’으로 변이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내성 결핵은 치료 비용이 훨씬 비싸고 기간도 길어지며,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치료받지 않은 결핵 환자의 약 절반이 사망한다.
보건 관계자들은 “증상이 없더라도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잠복 결핵 검사를 받는 것이 본인과 지역사회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사진출처: CDC PHIL(결핵균 형광 염색 현미경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