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 N.C.=김선엽 기자】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사태가 전 세계 경제를 거대한 인플레이션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유가 110달러 돌파로 인한 기름값 인상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는 산업용 금속부터 식탁 위 음식물까지 가격 상승의 여파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알루미늄 가격이다. 중동은 서구권 시장에 알루미늄을 공급하는 핵심 지역이나,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런던금속거래소(LME) 알루미늄 가격은 톤당 3,500달러를 넘어서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농업 현장도 비상이다. 전 세계 요소 비료 수출의 35%가 통과하는 중동 루트가 막히면서 비료 가격이 급등했다. 이는 곧 농작물 수확량 감소와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하반기에는 빵, 달걀, 육류 등 가공식품 전반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애그리플레이션(Agri-flation)’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늘길과 바닷길이 동시에 막히며 물류비용도 치솟았다. 두바이와 카타르 등 글로벌 항공 물류 허브가 마비되면서 유럽-아시아 노선의 항공운임이 6% 이상 상승했다. 대한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은 유가 급등으로 인해 연간 수조 원대의 비용 부담을 안게 됐으며, 이는 국제선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여행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지 해운업계 역시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장거리 항로를 택하면서 연료비와 보험료가 동시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해상 보험료가 기존보다 최대 100%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글로벌 물류 대란은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스보로를 비롯한 미 본토 소비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류비 전가는 생활필수품 가격 인상을 촉발했다. 특히 고환율 여파가 더해져 수입산 과일과 수산물 가격이 10% 이상 올랐으며, 반도체 공급망 차질로 인해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의 신규 물량 확보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에너지 쇼크를 넘어 공급망 전체의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며 “가격 담합이나 사재기 등 시장 왜곡 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동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경제가 침체 속 고물가가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