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의 청년 세대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고도 치솟는 주택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부모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다. 과거 경제적 무능력이나 실업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부모 동거 청년’의 대다수가 실제로는 직장인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청년 독립의 걸림돌이 노동 시장이 아닌 부동산 시장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부동산 정보 플랫폼 리얼터닷컴(Realtor.com)이 발표한 최신 인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18세에서 34세 사이 청년층 중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인구는 총 2,52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당 연령대 전체의 33.0%에 달하는 수치로,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직후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33.6%)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과거 2000년대 초반의 동거 비율이 유지되었다면 현재보다 약 486만 명 적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동반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직장이 없어서 부모에게 의존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부모와 함께 사는 25세~34세 청년층 중 무려 70%가 현재 고용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취업률은 지난 25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나, 부모 집에 머무는 취업 청년의 비율은 2000년 9명 중 1명 꼴에서 최근 7명 중 1명 꼴로 눈에 띄게 늘었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살인적인 주택 가격과 공급 부족이 꼽혔다. 미국의 주택 가격 중앙값은 43만 달러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34.4% 폭등했으며, 월세 역시 같은 기간 18% 가까이 상승해 평균 1,673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 신규 건설이 장기간 침체되면서 현재 미국 전역에 약 400만 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 부족이 발생했고, 이것이 매매가와 임대료를 동시에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반등과 고금리 기조가 겹치면서 청년들의 주거 독립은 더욱 난망해졌다.
나이가 많은 청년층의 정체 현상도 두드러졌다. 25세~29세 청년층의 동거율은 20.4%로 과거보다 상승했으며, 특히 30세~34세 장년층의 동거율은 2000년 7.1%에서 지난해 12.7%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팬데믹 시기의 저금리 막차를 타지 못한 세대가 고스란히 부모 집에 갇히게 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평균 연령은 과거 30세 수준에서 현재 40세로 대폭 껑충 뛰었다.
청년들의 장기 체류는 가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했다.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의 72%는 식비, 공과금, 월세 및 주택담보대출을 분담하며 가계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녀의 자립 지연은 부모 세대의 노후 전반에 균열을 내고 있다. 자녀와 함께 살기 위해 은퇴 후 주택 규모를 줄이려던(다운사이징) 계획을 미루는 부모들이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대형 주택의 높은 세금과 공과금을 고스란히 부담하는 노년층이 증가했다. 실제 부동산 업계에서는 기존의 2세대 주택을 넘어 3세대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매물을 찾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리얼터닷컴의 해나 존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부모의 집 작은 침대방에 머물고 있는 2,500만 명의 성인은 부동산 시장이 흡수하지 못한 잠재적 수요를 의미한다”라며 “이들이 독립하지 못하면서 주택 시장의 순환이 막히고, 가구 형성이 지연되며, 경제 전반의 자산 축적 기회가 상실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