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enter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CMS)는 지난 25일 메디케어 대상 고가 처방약 15종의 약가를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오젬픽(Ozempic)과 위고비(Wegovy) 등 인기 당뇨·비만 치료제도 포함된 이번 가격 인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에 따라 도입된 메디케어 약가 협상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는 행정명령과 제약사의 자율 협상에 의존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우대 국가(Most Favored Nation)’ 약가 모델과는 다른 방식이다. 트럼프는 최근 관세 완화를 조건으로 오젬픽·위고비 제조사 노보 노디스크와 별도의 약가 인하 합의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협상은 두 번째 라운드이며 지난해 첫 협상에서는 심장병·당뇨 치료제 등 10개 약품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 해당 가격 인하는 2026년부터 적용되며 이번에 발표된 두 번째 라운드 약품 가격은 2027년부터 적용된다.
연방보건복지부(Health and Human Services/HHS)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어떤 장애물도 허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노년층이 감당할 수 있는 의료비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약가 협상은 제약사가 거부할 수도 있지만, 그 경우 자사 약품을 메디케어 시장에서 철수해야 하는 위험이 있어 사실상 협상 참여가 불가피하다. 여러 제약사가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금까지는 모두 패소했다. 협상된 가격은 메디케어가 제약사에 지불하는 금액이며, 환자의 본인 부담금이 직접적으로 동일하게 변하는 것은 아니다. CMS는 이번 협상으로 납세자 부담 120억 달러가 절감되고, 메디케어 가입자 본인 부담금도 2027년에 약 6억8,500만 달러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30일치 기준 주요 약품들의 협상 가격(2024년 리스트 가격 대비)은 ▲오젬픽(Ozempic)·리벨서스(Rybelsus)·위고비(Wegovy)-당뇨·체중감량: $274→$959(위고비 고용량: $385) ▲Trelegy Ellipta-천식: $175→$654 ▲Xtandi-전립선암: $7,004→$13,480 ▲Pomalyst-항암제: $8,650→$21,744 ▲Ofev-특발성 폐섬유증: $6,350→$12,622 ▲Ibrance-유방암: $7,871→$15,741 ▲Linzess-만성 변비: $136→$539 ▲Calquence-항암제: $8,600→$14,228 ▲Austedo/Austedo XR- 헌팅턴병: $4,093→$6,623 ▲Breo Ellipta-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67→$397 ▲Xifaxan- 설사·과민성 대장 증후군(IBS): $1,000→$2,696 ▲Vraylar-항정신병: $770→$1,376 ▲Tradjenta- 당뇨: $78→$488 ▲Janumet/Janumet XR-당뇨: $80→$526 ▲Otezla-건선성 관절염: $1,650→$4,722 등이다.
이들 15개 약품은 2024년 메디케어 파트 D 지출의 15%에 해당하는 425억 달러를 차지했다. 파트 D는 병원 외에서 복용하는 약물을 대상으로 한다. 밴더빌트대 스테이시 듀제치나 교수는 “협상 결과는 합리적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 납세자와 가입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오젬픽·위고비 협상 가격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250 달러보다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 가격을 받아냈어야 했다”고 말했다.
약가 문제는 미국내 지속적인 국민적 불만의 대상이다. 비영리 건강정책 연구단체 KFF(Kaiser Family Foundation)의 지난 7월 조사에서는 성인 5명 중 1명이 비용 부담 때문에 처방약 조제를 건너뛴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7명 중 1명은 비용 때문에 약을 절반만 복용하거나 복용량을 줄였다고 응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