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 이민 당국의 영주권·취업비자 심사가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급격히 엄격해지면서, 주요 이민 카테고리의 거부율이 1년 만에 거의 두 배로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민위원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와 전미정책재단(NFAP)이 미국 이민서비스국(USCI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학력·전문직 이민자를 위한 영주권 카테고리에서부터 가족 이민, 영주권 심사 대기 중 취업허가(EAD)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거부율이 치솟았다.
NFAP가 지난 4월 발표한 정책 브리프에 따르면, 특기자 영주권으로 불리는 취업이민 1순위(EB-1A) 카테고리의 거부율은 2024회계연도 4분기 25.6%에서 2025회계연도 4분기 46.6%로 거의 두 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익면제(NIW·취업이민 2순위) 카테고리의 거부율은 38.8%에서 64.3%로 뛰어, 신청자 3명 중 2명 가까이가 거부당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미국이민위원회의 별도 분석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취업이민 청원서인 I-140 양식의 거부율은 2016회계연도 1분기 6.6%에서 2025회계연도 3분기 16.5%로 상승해, 청원 6건 중 1건이 거부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USCIS 전체 평균 거부율도 2016회계연도 1분기 8.6%에서 2022회계연도 4분기 14.9%로 정점을 찍은 뒤, 2025회계연도 4분기에도 여전히 11.1%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최근 집계인 2026회계연도 1분기 기준으로는 전체 거부율이 12.2%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주권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 필요한 취업허가서(EAD) 거부율도 5.1%에서 13.6%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이는 영주권 승인을 기다리는 가정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로, 취업허가가 거부되면 직장과 건강보험을 동시에 잃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니스카넨센터(Niskanen Center) 집계에 따르면 귀화(시민권) 신청 거부율도 2026년 4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왜 거부율이 급증했나
전문가들은 거부율 급증의 배경으로 크게 다섯 가지 요인을 꼽는다.
첫째, 심사관 재량권 대폭 확대다. USCIS는 지난 8월 5일부터 심사 지침(Evidentiary Standards)을 바꿔, 신청서에 필수 서류가 빠졌거나 자격 입증 자료가 부족할 경우 보충서류요청서(RFE)나 서류기각의향서(NOID)를 발급해 보완 기회를 주던 관행을 없애고 곧바로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 지침이 신규 접수 건뿐 아니라 이미 수년째 심사 중인 계류 사건에도 소급 적용된다는 점이다. 한 이민법 변호사는 “기존에는 RFE와 NOID를 통해 소명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는 곧바로 거부될 가능성이 커져 신청자에게 훨씬 불리해졌다”고 말했다. RFE에 대한 응답 기한도 기존 최대 12주에서 사안별로 단축됐고, 해외 발송 서류의 우편 유예 기간도 14일에서 3일로 줄었다.
둘째, 미국 내 신분조정(I-485) 절차의 원칙적 금지다. USCIS는 지난 5월 22일 새 정책메모(PM-602-0199)를 통해, 학생·관광·단기 취업 등 임시 비자로 미국에 체류하며 영주권으로 신분을 전환하던 오랜 관행을 “편법적 루프홀”로 규정하고 원칙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임시 비자 소지자가 영주권을 취득하려면 원칙적으로 본국으로 돌아가 미국 대사관·영사관을 통해 신청해야 한다. 문제는 해외에서 영주권 신청이 거절될 경우 임시 비자 기반마저 끊겨 미국 재입국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으로, 이민 변호사 업계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셋째, 심사 기조 자체가 “자격 여부”에서 “신뢰성 검증”으로 전환됐다. 신청자의 배경과 과거 출입국 기록은 물론 소셜미디어(SNS) 활동까지 살펴보는 방식으로 심사 범위가 확대됐다. 지난 4월 말부터는 지문 재심사 절차도 강화돼, 수년째 진행 중이던 케이스가 다시 보류 상태로 돌아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시민권, 영주권, 망명, 취업이민 등 카테고리를 가리지 않고 적용되고 있다.
넷째, 만성적인 처리 역량 부족과 적체(backlog) 심화다. 미국이민위원회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 1분기 기준 USCIS의 미결 사건은 1130만 건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분기 접수 건수는 전년 대비 33.6% 줄었음에도 처리 건수는 40.8%나 급감해, 신청이 줄어도 적체는 오히려 쌓이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I-140 청원의 적체 해소 소요 기간은 2016회계연도 1분기 약 5개월에서 2025회계연도 3분기 12.3개월로 두 배 넘게 늘었다.
다섯째, 특정 국가 출신자에 대한 처리 보류다. USCIS 국장 조지프 에들로우가 발표한 두 건의 대통령 포고령에 따라, 39개국 국적자의 케이스 처리가 중단된 상태다. 이에 대해 이민 변호사들은 그 적법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흔한 거부 사유는
이민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흔한 거부 사유는 ▲필수 서류·입증자료 미비(이제는 보완 기회 없이 즉시 거부로 이어짐) ▲”탁월한 능력(extraordinary ability)” 입증 기준의 급격한 강화(EB-1A·NIW 등 고급 인재 카테고리에서 두드러짐) ▲과거 진술·서류와의 불일치 등 신뢰성·일관성 문제 ▲입국 당시 목적(관광·학생 등 단일 의도 비자)과 영주권 신청 행위 사이의 모순 등이다. 여기에 승인되더라도 취업이민 카테고리별 연간 쿼터 제한으로 비자 번호를 받기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하는 구조적 병목도 신청자들의 좌절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이민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 말 기준 승인된 취업이민 청원 후 비자 번호를 기다리는 인원만 64만2000명을 넘어섰다.
거절이 곧 추방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과거에는 영주권 신청이 거절돼도 단순 기각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영주권(I-485 신분조정) 거절 직후 추방재판 통지서(NTA·Notice to Appear)가 발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민 혜택 신청이 거부되고 합법 체류 신분이 없는 경우 원칙적으로 추방 절차를 개시한다는 방침이 적극적으로 적용되면서, 영주권 인터뷰 직후 체포되거나 이후 이민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특히 과거 허위 서류 제출이나 진술 불일치 등 이민 사기 소지가 있는 경우, 단순 거부를 넘어 사기 혐의가 적용될 위험도 있다.
전문가들 “구조적 불확실성 커져”
미국이민위원회의 스티브 허바드 선임데이터과학자는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 수년째 적체된 시스템을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불확실성은 근로자들이 이곳에서 삶을 꾸리는 것도, 고용주가 필요한 인재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들은 첨단기술·의료 등 분야에서 고숙련 이민이 미국 경제에 필수적이라고 평가해왔지만, 이번 데이터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고숙련 외국인 인재들의 미국 내 취업과 정착을 실질적으로 어렵게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신규 H-1B 비자 소지자에게 부과되는 10만 달러의 진입 수수료 등 다른 행정부 정책과 맞물려, 이 같은 흐름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이민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