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60대 이상 시니어(노년층)를 노린 금융사기 피해가 지난해에 이어 2025년에도 심각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방 정부와 법집행 당국의 최신 보고를 종합하면, 피해 규모는 수년 사이 급격히 확대됐으며 사기 수법 또한 기술 발전에 따라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기관에 따르면 과거 전화나 이메일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전통적인 사기 방식은 이제 소셜미디어, 온라인 메신저, 인공지능(AI) 기술까지 활용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특히 로맨스 사기, 투자 사기, 정부 기관 사칭 범죄가 시니어층을 집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피해자들이 2024년 한 해 동안 신고한 금융사기 피해액은 약 24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2020년 약 6억 달러와 비교해 불과 4년 만에 거의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FTC는 특히 10만 달러 이상 고액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주요 원인으로 투자 사기, 로맨스 사기, 연방·주 정부 기관 사칭 범죄를 지목했다.
이 같은 흐름은 연방수사국(FBI)의 인터넷 범죄 보고서(IC3) 결과와도 일치한다. FBI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이후 시니어 대상 사기 피해액은 약 48억 달러에 이르며, 전 연령대를 통틀어 피해 금액과 신고 건수 모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노년층이 단순한 표적이 아니라,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범죄의 핵심 타깃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별 통계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뒷받침한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카운티에서는 2025년 상반기에만 747명의 고령 피해자가 발생해 약 7,000만 달러에 가까운 손실이 보고됐고, 뉴욕주에서도 60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한 재정 착취 범죄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 재무 당국은 밝혔다.
주요 사기 유형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유발하는 것은 투자 사기다. 범죄 조직은 고수익·단기 수익을 미끼로 주식, 암호화폐, 가상자산 투자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며, 피해자 상당수는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은퇴 자금을 한순간에 잃는 사례를 겪고 있다.
정부 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범죄도 여전히 빈발하고 있다. IRS(국세청), SSA(사회보장국), 은행 직원을 사칭해 “세금 환급 문제” 또는 “연금 지급 중단 위험”을 언급하며 즉각적인 송금이나 계좌 정보를 요구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로맨스 사기 역시 시니어층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온라인 데이팅 앱이나 SNS를 통해 신뢰 관계를 쌓은 뒤 금전 지원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일부 피해자는 주택을 매각하거나 대출을 받아 자금을 송금한 사례도 보고됐다.
최근에는 기술 악용 사기가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화나 문자 기반 보이스피싱은 물론, AI 음성 합성이나 영상 기술을 이용해 자녀나 친척을 사칭하는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피해자들의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FBI는 보고서를 통해 “60세 이상 피해자들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중간 손실 금액이 현저히 높으며, 일부는 은퇴 이후 생활비와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금전적 피해뿐 아니라 우울증, 불안 장애 등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뉴욕주 한 관계자는 “시니어 대상 금융사기는 단순한 범죄를 넘어 노년층의 삶의 안전망 자체를 붕괴시키는 문제”라며, “보다 체계적인 예방과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연방 정부와 각 주 정부는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FTC와 FBI는 신고 시스템을 강화하고, 시니어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Pass It On’ 예방 교육 캠페인을 확대하고 있다. 뉴욕주는 2026년을 목표로 사기 여부를 판별하는 지원 툴을 도입할 계획이며, 각 지역 검찰청 역시 고액 피해 사건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규모 시니어 사기 조직의 핵심 인물에게 징역 7년 6개월형이 선고된 사례도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시니어층과 가족들에게 △전화·이메일·문자를 통한 개인정보 제공 금지 △즉각적인 송금 요구는 사기 가능성 의심 △중요한 금전 결정 전 가족이나 신뢰할 수 있는 지인과 상의 △공식 정부 기관은 선금이나 기프트카드 결제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25년에도 시니어 대상 금융사기 범죄는 형태와 규모 모두에서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개인 차원의 경각심과 함께 정부·지역사회 차원의 지속적인 교육과 보호 장치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선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