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버스 정류장에 세워진 낯선 차량만 봐도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게 아니라 사지로 내모는 기분이에요.”
조지아주 귀넷 카운티에 거주하는 학부모 A씨의 떨리는 목소리는 현재 미국 내 이민자 커뮤니티가 처한 가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민세관집행국(ICE)의 공격적인 단속이 이어지면서, 교육의 전당이어야 할 학교가 공포의 발원지로 변했다.
그린스보로를 비롯한 동남부 지역 교사들은 최근 ‘유령 교실’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한때 교실을 가득 채웠던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책상 곳곳이 비어 있다. 그린스보로의 한 중학교 교사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던 학생들이 단속 소문이 돌면 하루아침에 종적을 감춘다”며 “가족 전체가 야반도주하듯 지역을 떠나거나, 집 안에 숨어 지내며 학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속의 여파는 등교하는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초등학교 현장에서는 수업 중 들리는 작은 소음에도 아이들이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창밖을 살피는 등 극심한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아이들이 ‘선생님, 우리 엄마 잡혀가요?’라고 물을 때마다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교사 협회와 교육 전문가들은 이민 단속이 아동의 정신 건강과 미래를 파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단순히 출석률이 낮아지는 문제를 넘어, 한 세대의 아이들이 교육 시스템에서 완전히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귀넷 카운티 교육자 협회(GCAE) 관계자는 “아이들이 정체 모를 요원들의 눈치를 보며 공부해야 하는 환경은 시민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다”며, 학교 인근을 단속 금지 구역으로 설정하고 교육권을 최우선으로 보장할 것을 법 집행 기관에 강력히 요구했다.
정치적 갈등의 최전선에 내몰린 아이들의 교육권이 벼랑 끝에 서 있는 가운데, 공교육 현장을 지키기 위한 지역 사회의 고민과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김선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