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논쟁적인 부통령으로 평가받는 딕 체니 전 부통령이 3일 별세했다. 향년 84세.
가족 대변인은 NBC 뉴스에 “체니 전 부통령이 폐렴과 심장·혈관 질환 합병증으로 3일 밤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임종에는 부인 린 체니와 두 딸 리즈, 메리가 함께했다. 체니는 조지 H.W. 부시 행정부에서 걸프전을 지휘한 국방장관으로 이름을 알렸고, 아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부통령을 맡아 9·11 테러 이후 대테러 정책과 이라크전 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그는 영장 없는 통신감청과 고강도 심문 등 강경 안보정책을 주도하며 ‘역대 최강 부통령’으로 불렸다.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했으며 2021년 1·6 의사당 폭동 사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공화국 최대의 위협”이라 비판하며 공개적으로 결별했다. 지난해에는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 지지를 선언해 화제가 됐다.
평생 심장질환과 싸워온 체니는 다섯 차례 심장마비를 겪었고, 제세동기 삽입과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 2013년 회고록에서 그는 의료기기 해킹을 우려해 무선 기능을 끄도록 한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1941년 네브래스카주에서 태어난 체니는 와이오밍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1968년 워싱턴에 입성, 닉슨·포드 행정부를 거쳐 34세에 최연소 백악관 비서실장이 됐다. 이후 연방하원의원, 국방장관, 에너지기업 CEO를 거치며 ‘워싱턴의 실세’로 군림했다.
가족은 성명에서 “그는 조국을 사랑한 위대한 사람”이라며 “용기와 명예, 친절을 가르쳐준 고귀한 거인”이라고 애도했다.


